한국 인터넷이 세계에서 제일 빠르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어요. 근데 막상 외국인으로서 인터넷을 직접 가입해보려니까, 속도 이야기보다 서류 이야기가 훨씬 먼저 나오더라고요.
서울에 처음 이사 왔을 때였어요. 재택근무라서 카페 와이파이만으로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었죠. 그래서 인터넷 가입을 알아보기 시작했는데, 솔직히 생각보다 훨씬 복잡했어요.
통신사 세 개, 근데 외국인한테는 사실상 하나
한국에서 인터넷을 선택할 수 있는 주요 통신사는 KT GiGA 인터넷, SK브로드밴드, LG U+, 이렇게 세 곳이에요. 속도나 가격만 보면 셋 다 비슷비슷한데, 한국어가 잘 안 되는 외국인 입장에서는 얘기가 달라져요.
결론부터 말하면 KT예요. KT만 영어 고객센터가 있거든요. 100번에 전화하면 영어 상담사를 연결해줘요. 완벽하진 않지만, 있기는 있어요. SK브로드밴드랑 LG U+는 영어 지원이 사실상 없어요. 외국어로는 아무것도 안 된다고 보면 돼요.
근데 한국어가 어느 정도 되거나 도와줄 사람이 있다면, SK브로드밴드도 충분히 고려해볼 만해요. SKT 모바일을 이미 쓰고 있다면 묶음 할인이 꽤 쏠쏠하거든요. 3년 약정 기준으로 1Gbps를 월 32,000원 정도에 쓸 수 있는 경우도 있어요.
LG U+는 또 다른 전략을 써요. 신규 가입자한테 현금 지원금을 팍팍 줘요. 30만 원에서 35만 원까지 받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우리 집도 3년 약정이 끝났을 때 전화 한 통 해봤더니, 월 요금은 더 싸면서 35만 원 현금까지 준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처음 한국 생활을 시작하는 외국인이라면 일단 KT로 시작하는 게 제일 안전해요.
필요한 서류, 생각보다 많아요
통신사 대리점에 가기 전에 챙겨야 할 게 세 가지 있어요. 외국인등록증(ARC 카드), 한국 전화번호, 그리고 한국 계좌예요.
외국인등록증 없으면 계약 자체가 안 돼요. 아직 발급 안 됐다면 그냥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요. 아래에 임시 방편도 적어놨으니까 읽어보세요.
한국 계좌가 필요한 이유는, 대부분의 인터넷 요금이 자동이체로 빠져나가거든요. 카드 자동 결제보다 은행 이체가 기본이에요. 은행 앱에서 계좌번호 확인하고, 가능하면 계좌 정보가 나와있는 서류 챙겨가면 좋아요.
대리점 방문, 혼자 가면 좀 힘들어요
제가 처음 갔을 때 한국어 실력이 뭐, 카페에서 아메리카노 주문은 했는데 계약서 내용을 이해하기엔 부족했어요. 구글 번역이랑 손짓 발짓으로 어찌어찌 했지만, 솔직히 내가 뭘 동의했는지 100% 파악하진 못했던 것 같아요.
한국어를 잘하는 친구가 있다면 꼭 같이 가세요. 30분이면 충분하거든요. 그 30분이 나중에 엄청난 차이를 만들 수 있어요.
그리고 대리점은 집 근처로 가세요. 동네 대리점 직원들이 그 건물 상황을 더 잘 알아요. 배선 구조라든가, 해당 층에서 실제로 쓸 수 있는 속도라든가.
요금이 진짜 싸요, 그건 맞아요
속도 선택지는 보통 100Mbps, 500Mbps, 1Gbps 이렇게 세 단계예요. 3년 약정 기준으로 100Mbps가 월 20,000원에서 25,000원, 500Mbps가 25,000원에서 30,000원, 1Gbps가 30,000원에서 35,000원 정도예요.
1Gbps를 월 3만 원 초반에 쓸 수 있다는 게, 다른 나라에서 인터넷 요금 내다 온 사람한테는 진짜 충격이에요. 저는 고국에서 200Mbps 쓰면서 한 달에 12만 원 넘게 냈거든요. 한국 인터넷 가격 처음 봤을 때 뭔가 잘못된 줄 알았어요.
인터넷이랑 TV(B tv 같은), 집 전화를 묶으면 월 40,000원에서 60,000원 정도 해요. 한국 케이블 TV를 진짜 볼 게 아니라면 묶음은 굳이 안 해도 돼요.
1년 약정이냐 3년 약정이냐에 따라 월 요금이 달라지는데, 3년이 당연히 더 싸요. 위약금이 있으니까 계약 기간 내에 해지하면 손해 볼 수 있다는 점도 알아두세요.
기사님 방문 당일, 집에 꼭 있어야 해요
계약하면 기사님 방문 일정을 잡아줘요. 근데 여기서 조심해야 할 게 있어요.
대리점 직원이 "꼭 집에 계실 필요는 없을 수도 있어요"라고 할 수도 있어요. 건물 단자함에서 처리 가능한 경우도 있다면서요. 근데 실제로는 거의 항상 집 안에 들어와야 해요. 어떤 외국인 이용자 후기에 이런 말이 있었어요. "서비스 센터 직원이 대리점 직원이 계약 따려고 거짓말한 거라고 인정했다"고. 그냥 기사님 방문 시간에 맞춰 집에 있으세요.
설치 자체는 빠른 편이에요. 보통 한 시간 안에 끝나요. 기사님이 선 연결하고, 공유기 설정하고, 연결 확인하고 가거든요.
기사님 가자마자 speedtest.net 돌리세요
이게 제일 중요한 얘기예요.
저는 1Gbps 요금제 계약했거든요. 기사님 가고 나서 바로 speedtest.net 열었더니 99Mbps가 나오는 거예요. 999가 아니라 99. 순간 내가 잘못 계약한 건가 싶었어요.
알고 보니 공유기 설정 문제였어요. 기본값으로 느린 설정이 되어 있었던 거예요. KT 고객센터에 전화해서 해결했는데, 만약 바로 확인 안 했으면 몇 달 동안 1Gbps 요금 내면서 100Mbps도 못 썼을 거예요.
이런 사례가 적지 않아요. 계약서에 적힌 속도를 기억해두고, 기사님 가자마자 speedtest.net 꼭 돌려보세요. 숫자가 이상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연락하는 게 제일 빨라요.
인터넷 설치 전까지 버티는 법
아직 외국인등록증 기다리는 중이거나, 설치 일정 잡기 전 공백 기간이 있다면 이렇게 버틸 수 있어요.
인천공항에서 에그를 빌릴 수 있어요. 하루에 3,000원에서 5,000원 정도인데, 2~4주 정도 쓰기에 나쁘지 않아요. 단, 매일 충전해야 하는 게 조금 번거롭기는 해요.
한국 유심 쓰고 있다면 핫스팟으로 노트북 연결해서 쓸 수 있어요. 데이터 소진이 빠르긴 한데 단기간엔 충분해요.
그리고 한국 카페는 어딜 가도 와이파이가 빨라요. 재택근무 대안은 안 되지만, 급하게 뭔가 처리해야 할 때 카페 가면 돼요.
약정 만료되면 그냥 연장하지 마세요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요.
약정이 끝날 때 통신사가 자동으로 갱신하려고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근데 요금이 오른 채로 갱신되는 거거든요. 거의 매번 그래요. 약정 만료 전에 다른 통신사들 조건을 먼저 확인해보세요.
KT, SK브로드밴드, LG U+ 사이 경쟁이 워낙 세서, 조건 잘 보면 지금보다 더 싸게, 혹은 현금 받으면서 갈아탈 수 있어요. LG U+는 특히 현금 지원에 적극적이에요. 그냥 현재 통신사 연장하기 전에 딱 한 번만 비교해보는 거 손해 없어요.
처음 가입할 땐 그냥 작동하는 게 목표고, 두 번째부터는 좋은 조건이 목표예요. 그 순서가 맞아요.
한국 인터넷, 처음엔 복잡해 보여도 한 번 설치하고 나면 진짜 세상 달라져요. 속도가 이렇게 빠른데 이 돈밖에 안 한다는 게, 적응하고 나서도 가끔 신기할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