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면, 한국에 오기 전에 날씨 얘기를 제대로 들은 적이 없었어요.
"봄에는 벚꽃이 예쁘고, 여름엔 더워요" — 이 정도만 알고 왔다가 8월 첫 주에 완전히 무너졌어요. 체감 온도가 35도를 넘는 데다 습도까지 높아서 숨이 막히더라고요. 서울 8월 평균 기온이 26.1°C이고 7월 습도가 무려 76.2%에 달하는데, 장마가 끝난 뒤에도 그 습기가 그냥 공기 중에 남아있는 느낌이에요. 그냥 덥다는 게 아니라, 공기 자체가 뜨거운 거예요.
그때 깨달았어요. 한국의 사계절은 그냥 날씨 변화가 아니라, 각각 하나의 사건이라는 걸.
봄: 예쁜데 방심하면 안 돼요
3월이 되면 다들 기대에 부풀어요. 벚꽃이 3월 말에서 4월 초 사이에 피기 시작하고, 절정은 겨우 1~2주예요. 여의도, 남산, 경복궁 근처 — 다들 그 짧은 시간 안에 보려고 움직이더라고요.
기온도 4월이 되면 낮 최고 18°C 정도로 딱 좋아요. 아침은 아직 8°C 정도지만 낮에는 재킷 없어도 될 만큼 따뜻해지고, 5월은 최저 13°C, 최고 23°C로 일 년 중 가장 다니기 좋은 때예요.
근데 봄에는 진짜 큰 복병이 하나 있어요. 바로 황사예요.
황사는 2월부터 5월까지 날아오는데, 3월~4월에 가장 심해요. 몽골이나 중국 사막에서 날아온 미세먼지가 공업 지역 오염물질과 섞이면서 공기질이 '나쁨' 또는 '매우 나쁨'까지 가기도 해요. 한국 사람들이 KF94 마스크를 아무렇지도 않게 쓰고 다니는 이유가 있어요. 봄에는 아침마다 에어코리아나 AirVisual 앱에서 공기질 확인하는 게 거의 필수예요.
짐 챙기는 것도 봄이 제일 까다로워요. 3월 아침은 2°C까지 내려갈 수 있는데 오후엔 따뜻해지니까 레이어드가 핵심이에요. 얇은 니트에 미디엄 재킷 조합이 3월~4월에 딱 맞아요. 마스크도 항상 챙겨두는 게 좋고요.
여름: 장마가 끝나도 진짜 지옥은 그다음이에요
한국 여름은 크게 두 단계예요. 장마 기간과, 장마 후 8월.
장마는 6월 말에서 7월 말까지 이어지는데, 7월 한 달에만 비가 414.4mm씩 내려요. 서울 연간 강수량이 1,417.9mm인데 거의 3분의 1이 한 달 만에 쏟아지는 거예요. 이 시기에 우산은 선택이 아니에요. 매일 가방에 챙겨야 해요. 비가 갑자기 쏟아지는데 정말 순식간이에요. 지하차도나 저지대 근처는 침수 가능성 있으니 조심해야 해요.
장마가 끝나면 8월이 오는데, 이게 오히려 더 힘들다는 사람도 많아요. 비는 덜 오는데 최고 30°C에 습기가 가시지 않아서, 그냥 밖에 나가는 게 부담스러워지더라고요. 편의점이 왜 그렇게 피난처처럼 느껴지는지 그제야 알게 됐어요.
또 하나 진짜 신기한 게 있어요. 밖은 30°C인데 카페나 쇼핑몰, 영화관에 들어가면 냉방이 너무 강해서 오히려 추워요. 한국 실내 에어컨은 진심으로 강하거든요. 여름에도 얇은 가디건 하나 가방에 넣어 다니는 게 정말 유용해요.
7월~9월은 태풍 시즌이기도 해요. 한 해에 평균 한 번 정도 한국에 직접 영향을 주는 태풍이 와요. 기상청 앱이나 날씨 알림 설정해두면 대비하기 좋아요.
가을: 살면서 가장 좋아한 계절이 될 수도 있어요
한국에 오래 산 외국인들한테 "어느 계절이 제일 좋아요?" 물어보면 거의 다 가을이라고 해요. 그것도 아주 단호하게.
장마와 무더위가 지나고 나서 맞이하는 10월의 서울은 진짜 달라요. 최저 10°C, 최고 20°C. 하늘이 맑고 파랗고, 공기가 건조하고 깨끗해요. 단풍이 물드는 시기도 딱 이때예요 — 10월 중순에 설악산 같은 북쪽 산에서 시작해서 서울은 10월 말, 남부 지방은 11월 초까지 이어지더라고요.
비도 거의 안 와요. 공기질도 봄보다 훨씬 좋고요. 산에 올라가서 단풍 보는 게 그냥 관광이 아니라 진짜 경험이 되는 계절이에요. 북한산이든 남산이든, 10월의 한국 산은 다르거든요.
9월은 아직 여름 느낌이 조금 남아있어서 가벼운 옷이 좋고, 10월부터 스웨터랑 가벼운 코트가 필요해요. 11월 말에는 최저 3°C까지 떨어지니까 슬슬 겨울 코트 준비해야 해요.
겨울: 온돌 없었으면 못 버텼을 거예요
한국 겨울을 얕보는 외국인들이 많아요. 서울 1월 평균 기온이 최저 -6°C, 최고 2°C인데, 숫자만 보면 "그 정도야?" 싶을 수도 있어요. 근데 시베리아에서 불어오는 북서풍을 맞으면 체감 온도가 -10°C에서 -15°C까지 떨어져요.
"-5°C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바람을 맞으니까 진짜 달랐어요" — 이 말, 한국에 온 외국인들한테 여러 번 들었어요. 얇은 패딩이나 패션 코트 말고, 진짜 두꺼운 겨울 코트가 필요해요. 서울에 첫눈이 내리는 날이 평균 11월 20일 정도고, 겨울 내내 눈이 가끔씩 와요. 빙판길에서 미끄러지지 않으려면 밑창 그립이 좋은 부츠도 챙겨야 해요.
근데 겨울이 생각보다 버틸 만한 데는 이유가 있어요. 바로 온돌이에요.
온돌은 바닥 아래로 따뜻한 열이 퍼지는 한국 전통 난방 시스템인데, 거의 모든 한국 아파트에 설치돼 있어요. 칼바람 맞고 집에 돌아와서 두꺼운 옷 벗고 따뜻한 바닥에 앉아 라면 끓여 먹는 그 느낌 — 그게 진짜 한국 겨울의 묘미예요. 나중에 다른 나라 가면 온돌 없는 집이 너무 허전하더라고요.
지역마다 차이도 커요. 부산은 서울보다 겨울이 훨씬 따뜻하고, 강원도 산간 지역은 눈도 많이 오고 추위도 훨씬 심해요. 제주도는 겨울에도 초록빛이 남아있어서 완전히 다른 느낌이고요.
겨울 짐은 진심으로 챙겨야 해요. 두꺼운 코트, 내복, 그립 있는 부츠, 모자랑 장갑 필수예요. 핫팩은 편의점에서 개당 1,000원 정도에 팔거든요. 진짜 요긴하게 써요.
솔직하게 정리하면
10월이 최고예요. 한국에서 사계절 다 보낸 외국인들이 거의 다 동의해요.
8월이 가장 힘들어요. 가볍게 다니고, 물 많이 마시고, 에어컨 있는 곳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게 답이에요.
봄 벚꽃은 아름답지만 정말 짧아요. 보러 간다면 개화 예보 계속 확인하세요.
겨울은 춥지만 온돌이 있으면 생각보다 버틸 만해요. 제대로 입고 나가면 오히려 좋아하게 될 수도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