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친구 한 명이 이런 얘기를 해줬어요. 이웃이 복도에서 쓰러졌는데, 핸드폰을 들고 몇 초 동안 멍하니 있었대요. 고국에서라면 당연히 알고 있던 번호가 있었는데, 한국에서는 어디에 전화해야 할지 전혀 몰랐던 거예요. 결국 다른 이웃 문을 두드려서 한국 사람이 대신 전화해줬다고요.
그 이야기가 머릿속에 남아요. 왜냐면 저도 똑같은 경험을 했거든요. 한국에 처음 왔을 때 긴급전화 같은 건 나중에 알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교통카드 어떻게 쓰는지, 편의점에서 뭘 살 수 있는지가 더 급했으니까요. 그런데 막상 필요한 순간이 오면, 그때는 이미 늦죠.
먼저 이 번호부터 저장하세요: +82-2-3210-0404
112나 119 얘기 전에 이 번호를 먼저 말씀드려야 해요. 외국인을 위한 긴급 통역 연결 센터예요. 이 번호에 전화하면 영어를 할 수 있는 통역사가 연결되고, 그 통역사가 112 또는 119에 대신 전화해서 상황을 설명해줘요. 통화 내내 함께 있어줘요.
솔직히 말하면, 112나 119에 직접 전화했을 때 영어가 통할지는 운에 맡기는 부분이 있어요. 서울 시내, 낮 시간대라면 어느 정도 영어가 되는 상담원을 만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지방이나 새벽이라면 얘기가 달라져요. 상담원들이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에요. 어느 나라든 긴급전화는 자국어 기준으로 운영되는 게 당연하니까요.
그래서 +82-2-3210-0404를 지금 당장 저장해두세요. 이름은 '한국긴급영어' 또는 그냥 '긴급연락'처럼 패닉 상태에서도 찾을 수 있게 해두는 게 좋아요.
112 — 경찰
112는 경찰이에요. 범죄, 교통사고, 스토킹이나 협박, 집에 누군가 침입했을 때 전화하면 돼요. 여권이나 지갑을 잃어버렸을 때도 112에 신고할 수 있어요. 다만 분실물 신고는 lostfound.police.go.kr 이라는 온라인 포털에서도 할 수 있어요. 한국어로 입력해야 하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전화로 설명하는 것보다 훨씬 덜 당황스러운 경우가 많아요.
만약 경찰에게 연행되거나 억류되는 상황이 생기면 — 절대 없길 바라지만 — 빈 협약(Vienna Convention)에 따라 본국 대사관이나 영사관에 연락할 권리가 있어요. 이건 당당하게 요청해도 돼요.
119 — 소방 및 구급대
119는 불이 났을 때, 사람이 다쳤을 때, 갑자기 쓰러졌을 때, 심정지가 의심될 때 전화하는 번호예요. 경찰이 필요한 상황이 아닌데 즉각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면 119예요.
구급차가 오면 KTAS라는 중증도 분류 기준으로 환자를 평가해요. 1등급이 가장 위급한 상태예요. 예전에는 구급차가 응급실에 도착했는데 병상이 없다고 거절당하고, 다시 다른 병원으로 가고를 반복하는 일이 있었어요. 이른바 "응급실 핑퐁"이라고 불렸는데, 2025년에 정부가 이걸 개선하는 시범 운영을 시작했어요. 이제 119 상황실에서 KTAS 1~2등급 환자에게 맞는 병원으로 직접 연결해줘요. 실질적인 개선이에요.
전화했을 때 꼭 말해야 할 것들
112, 119, 또는 통역 연결 센터 어디에 전화하든 첫 30초 안에 전달해야 할 내용은 같아요. 정확한 위치(건물 이름, 층수, 또는 주변 랜드마크), 무슨 일이 생겼는지, 내 이름과 전화번호, 부상자가 있는지 또는 의식이 있는지.
위치 설명이 제일 어려워요. 한국 주소 체계가 익숙하지 않으면 앱으로만 길을 찾다 보니 정작 주소를 모르는 경우가 생겨요. 이걸 대비하는 방법은 간단해요. 지금 집 주소를 한국어로 저장해두는 거예요. 네이버 맵에서 집 주소를 캡처해두거나, 한국어를 아는 친구나 동료에게 부탁해서 한번 정리해두면 돼요. 당황한 상태에서도 그냥 읽기만 하면 되니까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카카오톡이나 네이버 맵으로 현재 위치를 한국어를 잘하는 지인에게 공유하는 것도 방법이에요. 그 분이 대신 전화해줄 수 있으니까요.
120 — 다산콜센터 (비긴급)
120은 긴급전화가 아니에요. 서울시 생활 민원 서비스예요. 가로등이 고장났거나, 쓰레기 수거 문의, 생활 관련 질문들을 처리해줘요. 일부 상담원이 영어로도 응대해줘요. 사람이 쓰러지거나 불이 난 상황에 전화할 번호는 아니에요. 한국 도시 생활의 크고 작은 불편들을 해결할 때 유용한 번호예요.
1330 — 한국관광공사 외국인 안내
1330은 한국관광공사에서 운영하는 다국어 안내 전화예요.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으로 상담이 가능해요. 진짜 긴급 상황에서 대체할 수 있는 번호는 아니지만, 긴급하지는 않은데 어디에 전화해야 할지 모르겠는 애매한 상황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어요.
1366 — 가정폭력 피해자 지원
1366은 가정폭력 피해 지원 전화예요. 24시간, 연중무휴, 무료예요. 본인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주변에서 이런 상황이 의심된다면 알고 있으면 좋아요.
의료비에 대해서
이건 많은 분들이 의외라고 느끼는 부분이에요. 미국 국무부는 명확하게 이렇게 얘기해요. 한국에서 받은 모든 의료 처치에 대한 비용은 본인이 부담한다고요. 병원이 자동으로 보험사에 청구해주는 게 아니에요. 먼저 내고 나중에 청구해야 해요.
한국에서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은 대부분 국민건강보험(NHIS)에 가입이 의무화되어 있어요. 가입되어 있으면 비용의 약 70%를 커버해주고 나머지 30%는 본인 부담이에요. 아직 가입 전이거나 단기 체류라면 전액 본인이 내야 하기 때문에, 의료 후송 보험을 따로 들어두는 게 안전해요.
영어로 진료가 잘 되는 병원을 찾는다면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 서울대학교병원, 서울 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에 외국인 전담 센터가 있어요. 긴급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이런 곳을 찾아가는 게 낫고, 가기 전에 국제진료센터를 통해 연락하면 더 수월해요.
지금, 아무 일도 없을 때 해두는 것들
아무 일이 없을 때 미리 해두는 게 제일 좋아요. +82-2-3210-0404 저장, 집 주소 한국어로 메모, 한국어 잘하는 지인 연락처 따로 저장. 거창한 준비가 아니에요. 그냥 진짜 여기 사는 사람처럼 사는 거예요.
한국 긴급 서비스는 실제로 잘 돼 있어요. 구급차도 빠르고, 병원도 훌륭하고, 경찰도 전문적이에요. 외국인에게 제일 큰 장벽은 언어 문제예요. 그리고 그건 +82-2-3210-0404 하나만 알고 있어도 상당 부분 해결돼요.
지금 저장하세요. 그게 다예요.




